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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ε 이야기/Insπres me

핀란드 야르벤빠 고등학교


내용출처 : http://mansoo2d.egloos.com/10852590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bluett2/150133545033?utm_medium=twitter&utm_source=twitterfeed

이글은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추진한 '2011 선진형교육정책탐방 국외연수'에 참여하여 핀란드 스웨덴 학교탐방을 마치고 난 다음에 작성한 우리 교원팀 귀국보고서의 내용을 옮긴것입니다. 팀보고서의 일부임을 알려드리며 많은 분들이 함께 공유하여 대한민국 교육 발전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부족한 내용들은 더욱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야르벤빠 고등학교

 핀란드어로 야르벤빠는 ‘호수 어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름처럼 호수를 지나니 중앙 카페테리아를 중심으로 한 방사형 건물 현관에 야르벤빠 고등학교임을 알리는 학교명패가 걸려 있었다.

 
야르벤빠 고등학교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하면 첫째, 현관부터 교과존에 이르기까지 모든 출입자가 키로 문을 열어야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모두 개인별로 키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학교도 이와 같은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학교가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매우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야르벤빠 고등학교에 현관 입구를 들어서면 1층 중앙에 넓게 자리한 카페테리아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학생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급식실이 수업동과 별도로 운영되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달리 핀란드의 학교 건물 1층 중앙에는 공연장 겸 카페테리아가 자리 잡고 있다. 야르벤빠는 60명의 교사가 재직하고 있고, 학생수가 100명에서 300명 사이인 핀란드의 소규모 학교들과 달리 전일제 학생 약 1000여명, 실업학교에서 오는 시간제 학생 100명, 야간수업을 듣고 있는 성인 학생 100명 등이 수학하고 있는 거대학교이다. 수업 중 한정된 공간에서 점심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을 받는 층에 따라 점심시간이 다르게 운영함으로써 점심시간 운영 문제를 해결한다.


 셋째, 핀란드의 여타의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야르벤빠는 한국의 대학교 교육과정처럼 학생 스스로 일정 학점을 달성하기 위한 코스를 선택하여 개인 수업시간표를 작성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모든 학교가 공통인 compulsory course, 전문화과정, 학교 재량에 따라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는 응용과정으로 나뉜다. 야르벤빠는 무학년제 5학기를 운영하면서 총 300여개의 교육과정 course를 제공한다. 60명의 교사가 어떻게 이 많은 교육과정 course를 설강할 수 있을까 의아했다. 돌아온 대답은 대부분의 교사가 2-3개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교사의 수업 시간은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교사는 행정업무를 하지 않고 가르치기만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행정업무는 모두 교육당국이나 지자체에 요구하면 그 쪽에서 담당하여 처리해 준다는 것이었다. 이는 교육활동 중심의 학교시스템 마련을 위한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는 이야기였다.

  학생들은 상담교사와의 학기 초 상담을 통해 자신의 미래 계획을 고려하여 교육과정 course를 선택하고 최소 75개의 course를 이수해야 하는데, 이 중 필수코스는 47-51개에 해당한다. 최소 코스 이상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한 학기당 5-6 course를 이수해야 하는데, 개인차에 따라서 2년에서 4년이 소요된다. 1 course는 21 lesson로 이루어지고 1 lesson은 최소 75분이므로 야르벤빠 학생들의 학습시간은 많은 편이다.


 넷째, 상담교사의 역할이 매우 큰 점이 인상적이었다. 교과존으로 구성된 야르벤빠에는 상담복도가 있다. 상담복도에는 교장실과 상담실이 있는데 이곳에서 전교생의 상담이 이루어진다. 상담교사는 학기 초 전교생의 course선택 상담을 시작으로 하여 학습, 진로, 생활, 복지 등의 모든 영역을 상담할 뿐 아니라, 졸업생들의 상담까지도 하고 있었다.


 다섯째, 우리를 학교에 안내한 사람들은 교사가 아닌 학생들이었다. 교장 선생님께서 아시아로 출장을 가신 상황이라 학교 전반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은 교사가 하였지만, 안내는 학생들이 하도록 하고 있었는데 이는 매우 신선했다.

여섯째, 학생회의 활동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었다. 방문 당시 핀란드는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간의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야르벤빠의 학생회에서 대선주자들에게 자신들의 학교에 와서 후보연설회를 개최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18세부터 선거권을 갖고 있기에 고3학생들을 위해 대선 주자들이 학생회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그 주 목요일 저녁 카페테리아에서 후보자 연설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장면이 국영방송의 생중계를 통해 핀란드 전역에 방송이 된다고 했다. 이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를 갖추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우리도 민주주의를 책에서 배울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일곱째, 학교 곳곳에 옷걸이와 가방 걸이가 있었는데 학생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옷과 물건을 그곳에 걸어두고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소지품의 분실을 우려해 사물함에 넣어 잠그는 것이 당연한 문화인데, 그들은 시건 장치가 있는 사물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렇게 놓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핀란드 학생들은 고가품이나 유명 브랜드 제품을 좋아하는 풍조가 없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들도 우리 아이들처럼 그런 물품을 좋아한다고 한다. 다만 그것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에 담긴 의미는 호스마린뿌이스톤에 방문했을 때에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그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공개적인 장소에 자신들의 물건을 정리해서 걸어두고 다녔으며, 남의 것에는 손대지 않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문화에서 자라왔던 것이다. 사회의 문화가 학교로 들어오고, 학교의 문화가 다시 사회로 회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덟째, 핀란드는 매우 융통성 있는(flexible) 교육 시스템을 지니고 있었다. 직업학교 학생이 일반학교로 전학할 수 있고, 대입을 치르고도 바로 진학하지 않고 2-3년간 직업을 구해 일해 보다가 대학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직업학교를 졸업한 뒤 직업을 구해 일해 보다가 그 일이 적성에 맞고 더 높은 학력을 요구하면 언제든 학교로 들어와 공부하거나 진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한 줄 세우기와 입시라는 골인 지점에서 단번에 평가 받는 교육문화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이 떠올라 핀란드의 교육현장을 보고 울었다는 어떤 분의 말이 뼈저리게 와 닿았었다.


  용인 수지고에서 야르벤빠 고등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누리라는 학생을 만났다. 야르벤빠의 학교생활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학생들 간 인종차별이나 폭력 등이 없을 뿐 아니라 매우 즐겁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성적표에 다른 학생들과의 상대적 비교에 의한 서열이 없으며 개인의 도달 정도만 드러나기 때문에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는 이야기를 곁들였다.

  귀국해 보니 전국이 학교폭력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대책들만 한보따리씩 풀어놓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며 매우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아이들의 에너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산되지 않고, 즐겁게 자신의 인생을 계획하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 2011 광주광역시교육청 선진형교육정책탐방 국외연수단 교원팀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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